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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 허둥대는 초보맘의 산후도우미 후기라 쓰고, 일기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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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시연 작성일22-01-12 16:13 조회1,81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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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준비성이 1도 없는 성향이라 여행 가는 날 짐을 싸는 그런 아이에요.

반대로 남편은 워낙 호들갑을 잘 떨어서 여행 가자고 말이 나온 시점부터 짐을 싸는 타입이죠.

저는 '여유'와 '호들갑'이라고 말하고, 남편은 '준비성'과 '게으름'이라고 말하는 사이죠.

그래도 나름 취향은 비슷해서 서로 잘 챙겨주면서 살고 있답니다.

저는 당연히 임신기간에도 느긋하게 배나 뚱땅거리면서 출산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4개월 전부터 산후조리원이랑 산후도우미를 알아봐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더라고요.

다행히 산후조리원은 지인이 있어서 사전에 예약을 완료했지만,

산후도우미는 '그냥 적당한 시기에 신청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어느 날.

남편이 어디서 알고왔는지 산후도우미를 꼭 두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진지하게 호들갑을 떨길래 다음날 할 일도 없고 해서 상담을 받아봤죠.

놀랍게도 두 달 전에 예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이유는 원하는 성격이나 성향을 가진 이모님과 딱 맞게 매칭하기 위해 일정 조율하는 부분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늘 카페를 보면서 느끼는건데, 저 빼고 다들 바쁘게 살아가시는 이유를 알게된 대목이었어요.

암튼 우여곡절 끝에 정부지원도 되는 곳으로 위드*에 예약을 걸고, 다시 뚱땅이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문제는 출산일 이후의 삶이었어요.

지금 글을 쓰면서 눈물이 맺힐 정도로 너무 작고 이뻤는데,

정작 뭘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리원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기를 안으면 너무 행복했다가

느긋하게 살아온 저를 책망하고, 이 쓰리쿠션으로 2주를 버텼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막함과 행복함에 도취되어 문을 딱 열었는데...

그 분이 계셨습니다.

우리 호들갑 보이가 미리 산후도우미 업체에 전화해서

아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청소도 해주시고,

보일러 좀 틀어주십사 이야기를 한 모양이더라고요.

이런 젠장 믿고 있었다고ㅠㅠㅠ

입구부터 먼지 하나 없는 상태, 마치 무균실을 연상케하는 청소실력에 한번 놀라고,

저까지 안락해지는 아기 돌보는 실력에 두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낯가림도 없는 성격이지만,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전 마음 속으로 '나의 사부께서 오셨구나'를 외치며,

3주 동안 이모님을 집요하게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같이 이모님 동선을 체크했는데,

출근하시면 청소기 돌리시고, 물걸레 청소하시고,

아기 옷을 빠는 곳이기에 다용도 실 청소는 필수라면서 열정적으로 청소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땀을 닦아 드리려고 준비를 하곤 했습니다.

이모님이 안계실 때, 저는 마치 신생아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새벽에 아기가 울지 않도록 최대한 엉금엉금 다녔고,

남편에게도 제발 빨리 집에 오라고 빌었습니다.

이모님이 오시면 마치 아기가 뭘 잘못한 것처럼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고자질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나갔습니다.

특히 아기가 분수토를 하거나 열이 날 때 대처법, 열꽃 피는 것도 왜 그런지 알려주셨어요.

그때 배운 트림하는 방법랑 간단한 병 체크는 매일매일 유용하게 써먹고 있어요.

신기한건 남편의 반응이에요.

제가 늘 게으르게 산다고 핀잔을 주는걸 낙으로 양반인데,

눈빛이 살아나서 집안 일이며 아기 돌보는 것도 혼자 해내니까

언제 이렇게 공부를 했냐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낮에 스승님 밑에서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더라고요.

이정도로 열정이라면 아마 서울대는 3번 이상 갈 수 있을거 같아요.

2주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아직 스승님께 배울 것이 너무 많아 남편을 조르고 졸라 일주일을 더 추가하였습니다.

만약 추가 하지 않았다면 저의 게으름은 다시 눈을 뜨고 말았을 거에요.

마지막 3주차 때는 요리 위주로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대충 비슷하면 똑같다는 성향인 반면,

스승님은 철저하게 순서와 양을 계산하시면서 요리 하시더라고요.

저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래도 수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강화에는 실패했는지 이모님이 가시고 남편의 살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식이요법계 숀리가 된 것이라 생각하고 삽니다.

암튼 저를 진짜 엄마로 만들어 준 이모님께 이 영광을 돌리며,

장황한 내돈내산 후기를 마쳐봅니다.

아무조록 모두 좋은 이모님 만나서 행복한 육아생활 시작하세요 :)

 

 

댓글목록

위드맘케어님의 댓글

위드맘케어 작성일

산모님~ 후기 감사드려요~
너무 유쾌한 산모님 후기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반대성향을 가지신 아버님 덕을 톡톡히 보셨네요^^
저희 관리사님도 그에 맞춰 서비스 진행을 잘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항상 행복한 결혼 생활과 육아 하시길 바래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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